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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다듬어지지 않는 욕망의 끝, 영화 '언 컷 젬스'

by 양GO 2023. 7. 14.

영화포스터-주인공 남자가 얼굴 여기저기가 터진 채로 한쪽 코엔 피를 멎게 하기 위해 휴지 뭉치를 끼워 넣고 있다

언 컷 젬스

감독 : 베니 사프디, 조시 사프디

출연 : 아담 샌들러, 이디나 멘젤, 케빈 가넷 등

러닝타임 : 134분

영화 포인트

① 단 한 번의 잭팟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그 모든 게 단 한 방으로 끝장나는 허무함! 
② 아담 샌들러의 매력적이고, 어쩌면 현실적인 루저 연기!

③ 케빈 가넷 역으로 나온 케빈 가넷이 진짜 농구 선수인 줄은 난 몰랐네!
④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이 딱하게 느껴진 걸 보니, 나도 욕망 덩어리였어!

1.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 스포일러 주의 바랍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는 두 번에 나눠 봤습니다. 중간 정도까지 보다가 멈춰놓고 다른 영화를 먼저 찾아봤습니다. 뭔가 저를 몰입하게 만들진 않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본 그 중간까지 영화는 정말 엉망진창인 주인공의 엉망진창 삶이 그려지고 있어 답답한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얼마 간 시간이 흐르고 중간에 멈춰진 채로 남아있는 이 영화에 대한 찝찝함 때문에 플레이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래, 멍한 상태로라도 끝까지는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저는 이 영화를 끝까지 봤고, 그 선택은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이 영화는 제 마음에 들었던 겁니다.

주인공 하워드(아담 샌들러 분)는 보석상입니다. 그는 스포츠 도박에 빠져 빚을 지고 있으며 그 빚 때문에 조폭인 듯한 업자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습니다.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는 여직원 줄리아와 바람이 났고, 이 사실을 알고있는 아내와는 별거 중이며 사실상 가족관계가 필요한 경우에만 만나는 쇼윈도 부부입니다. 그런 하워드에게 오랜 시간 공들인 원석이 드디어 들어옵니다. 에티오피아 탄광에서 채석한 이 원석을 비싼 값에 경매에 내놓고 그 돈으로 빚을 갚으려던 게 하워드의 계획이었죠. 그런데 그 원석이 농구선수 케빈 가넷(케빈 가넷 분)의 마음에 들어 그는 원석을 잠깐 빌리는 대신 자신의 반지를 저당 잡힙니다. 하워드는 케빈의 반지를 다시 다른 보석상에 저당 잡아 돈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다시 스포츠 도박을 합니다. 돈을 갚지 않자 업자들은 하워드의 딸이 출연하는 학예회까지 찾아옵니다. 그 업자 중 한 명인 아르노는 하워드의 형님(처의 언니의 남편)입니다. 홀딱 발가벗겨져 차 트렁크에 갇히는 수모까지 겪으면서도 하워드는 늘 분주합니다. 분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결해야 할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이닥치는 상황이니까요.

주인공과 케빈 가넷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 장면

사소한 오해로 줄리아와 헤어지고, 원석을 부적처럼 여기는 케빈은 약속한 날짜보다 늦게 원석을 돌려줍니다. 하워드는 자신이 아끼던 반지를 저당 잡히고 케빈의 반지를 찾아 돌려줍니다. 간신히 경매 날짜 하루 전에 원석을 경매 담당에게 건네주고, 100만 달러의 금액을 예상하며 경매장에 간 하워드는 원석의 추정가가 겨우 15만 달러 정도로 잡힌 것에 분노합니다. 그러나 원석이 없으면 경기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케빈 가넷은 그 원석을 사기 위해 경매에 참석할 것이기에, 하워드는 장인에게 일부러 경매가를 20만 달러로 올리는 바람잡이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19만 달러까지 올라간 경매가에서 케빈은 입찰을 포기하고 하워드의 장인이 낙찰받게 됩니다. 장인에게까지 신뢰를 잃은 하워드는 경매장에도 찾아온 업자들에게 얻어터집니다.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고 피 터진 코에는 휴지뭉치를 둘둘 말아 넣은 하워드는 줄리아 앞에서 꺼이꺼이 울음을 터트립니다. 마음대로 안 되는 인생을 한탄하며, 이제 자신은 망했다고 말입니다. 줄리아는 그런 하워드를 위로하며 사랑을 다시 확인합니다. 돈이 생긴 하워드의 보석가게에 빚쟁이 업자들이 들이닥칩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 하워드는 또다시 도박을 합니다. 원석을 손에 넣은 케빈 가넷의 경기에 낙찰가를 모두걸기로 말입니다. 줄리아를 몰래 가게에서 빼내 도박장으로 가서 그 돈 모두를 케빈 가넷의 팀에 걸게 합니다. 그리고 고장이 나 거의 수동으로 움직여야 했던 가게의 현관문에 빚쟁이들을 가두고 하워드는 농구 경기를 시청합니다. 경기는 하워드의 예상대로 케빈 가넷 팀의 우승으로 끝이 납니다. 100만 달러를 벌게 된 것입니다! 기쁜 마음에 하워드는 업자들을 가두고 있던 문을 열어줍니다. 이제 빚 청산은 물론이고 다른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며 웃는 하워드의 머리통에 업자들의 우두머리가 총을 쏩니다. 당황하며 이곳을 벗어나려던 아르노 역시 그의 총에 죽습니다. 남은 업자들은 보석상을 털기에 바쁘고 줄리아는 100만 달러를 현금으로 바꾸고 하워드에게 돌아옵니다.

2. 이 영화,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 점입가경 속, 박살나는 예상들

줄거리를 쓰면서도 정말 엉망진창이구나, 라며 혼자 중얼거릴 정도였습니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하워드의 얽히고 꼬인 불행한 에피소드들에 더욱 속도를 가합니다. 남은 돈을 도박에 걸기 위해 줄리아를  가게에서 도망치게 하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업자들을 문 안에 가둔 채 농구 경기를 관람할 땐 스릴러가 따로 없습니다. 영화라는 걸 알면서도 하워드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이 농구 경기가 어떤 식으로 끝나게 될지 조마조마할 지경이었습니다. 중반부까지 몰입이 되지 않았던 게 이제보니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영화의 구성은 촘촘히 얽혀있고, 관객이 예상하는 클리셰들을 보란 듯 깨뜨립니다. 하워드의 죽음도 예상 밖이었으며, 특히 100만 달러라는 거금을 갖게 된 줄리아가 나오는 장면들에서 '것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라고 예상했는데 바로 다음 장면에서 그 예상을 박살 냅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머쓱해지기도 했습니다. '아니네?'라고 중얼거리면서 말이죠.

- 아담 샌들러라는 배우

그리고 중반부까지 몰입이 안 됐던 이유 중에 하나는 주인공 아담 샌들러가 맡은 역할이 제 기준으로 조금 어색했던 것도 한 몫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동안 봐왔던 영화에서의 아담 샌들러는 평범하면서도 약간 루저 향이 느껴지는, 뭔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역할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남의 인생인데도 한숨이 나오는, 영 불편한 하워드의 역할이 마음에 안 들었던 듯싶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전 아담 샌들러라는 배우가 참 독특하고 좋은 배우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의 다른 영화들도 찾아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동안은 가벼운 코미디 영화에 어울리는 배우라고만 생각했는데요. 확실히 그의 그런 코미디적인 요소는 이 영화에도 기본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얻어터지는 심각한 장면에서도 그가 내뱉는 말과 표정에는 관객으로 하여금 허, 하는 웃음 아닌 웃음을 흘리게 만드는 뭔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담 샌들러의 연기가 있었기 때문에 인간의 욕망이라는 게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더욱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 다듬지 않은 보석

'언 컷 젬스'는 의역하면 다듬지 않은 보석, 즉 원석을 말합니다. 가공하지 않은 원석이기에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잘 다듬어진 보석으로 탄생했을 때를 상상하며 욕망은 끓는 물처럼 들썩이죠. 혹은 다듬지 않은 원석 그대로라고 해도 그것이 보석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게 누군가에겐 하워드의 경우처럼 물질적인 돈이 될 수도 있고, 케빈 가넷의 경우처럼 자신의 명예를 지킬 부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것에는 죄가 없습니다. 문제는 '지켜야 할 선'을 어겼을 때입니다. 끝도 없고 한계도 없이 무언가를 원할 때 가장 먼저 지치는 것은 나 자신이니까요. 저도 오늘 저의 욕망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나 자신과 나의 주변을 해치면서까지 얻으려고 하는 게 혹시나 있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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