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자이언트
감독 : 타치카와 유즈루
더빙 : 야마다 유키(다이 역), 마미야 쇼타로(유키노리 역), 오카야마 아마네(슌지 역)
러닝타임 : 119분
영화 포인트
① 파랗게 타오르는 열정 앞에서 가슴 벅차게 울리는 전율과 감동!
② 물론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이 음악을 즐기려면 지금 바로 극장으로!
1. 주절주절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특히 일본 애니를 많이 좋아하죠. 어린 시절 가슴 두근거리며 행복하고 즐거운 세계를 경험하게 만들어 준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니 매번 영화관에 애니메이션이 개봉될 때면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됩니다. 사실 일본 애니인데도 블루 자이언트는 개봉 사실조차도 뒤늦게 알았고 그 뒤늦은 개봉 소식에도 그리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습니다. 블루 자이언트 개봉 즈음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했던 참이라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관심도 '그대들은'에 더욱 쏠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블루 자이언트를 선택했습니다. 상영관도 적어 일부러 다른 지역까지 가야 했지만, 전 이 영화 선택에 100% 만족합니다. Jazz를 몰라도, 작화가 혹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 영화는 음악 하나로 충분히 감동적입니다.
2.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다이는 재즈에 미친 18살 색소폰 연주자입니다. 무턱대고 도쿄에 올라와 학창 시절 친구인 슌지의 집에 얹혀살며 낮엔 막노동을 하고 밤엔 다리 밑에서 색소폰을 연습하지요. 다이는 우연히 재즈 피아니스트인 대학생 유키노리를 만나 팀을 결성하기로 합니다. 실력 있는 드러머를 구하기 위해 수소문하던 도중이었는데, 친구 슌지가 다이의 색소폰 연주를 듣고 문득 재즈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슌지는 드럼 연습에 매진하고 그런 슌지의 모습을 본 다이는 그를 팀에 합류시킵니다. 초짜인 슌지에게 유키노리는 정식 멤버가 아니라는 것을 다짐받고 셋은 합주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Jass라는 팀이름도 만들죠. 슌지의 열정에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는 유키노리. 그리고 팀 Jass는 재즈클럽에서 첫 공연을 하게 됩니다. 그들의 연주에 조금씩 팬이 늘어나며 공연을 이어나가던 와중에 드디어 도쿄 최고의 재즈클럽인 So Blue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습니다. 하지만 공연 하루 전날 뜻밖의 일이 생깁니다.
3. 이 영화,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 음악을 소재로 한 만화?!
블루 자이언트는 만화가 원작입니다. 그것도 일본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저는 영화를 보고 나서도 음악을 소재로 한 만화가 어떻게 히트를 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남아있습니다. 종이 위에 그려진 그림과 대사로 모든 것이 표현되는 것이 만화인데, 음악을 소재로 한다면 분명히 한계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였죠. 음악이란 건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듣는 것이니까요. 영화를 보고 나면 대충 어떤 식으로 만화가 음악을 표현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전 영화를 보면서 요리왕 비룡을 떠올렸거든요. (요리왕 비룡을 아는 당신은 성숙미 넘치는 나이대!) 요리왕 비룡에서는 완성된 요리의 맛을 표현할 때 아주 과장된 효과를 사용합니다. 우선 요리를 맛본 사람들의 눈이 두 배 커지며 화산이 폭발하고 폭포수가 내리 꽂힙니다. 불꽃이 요란하게 터지고 꽃이 만발하죠. 이 영화에서도 그런 식입니다. 색소폰과 피아노, 드럼이 내는 소리들을 온갖 색채와 형태로 표현합니다. 솔직히 저는 음악에 더 집중하기 위해 중간중간 눈을 감기도 했답니다. 과장된 표현들이 음악을 방해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눈을 감으면 또 집중이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즐겼습니다.
- JAZZ를 몰라도
Jazz란 장르를 일부러 찾아서 듣진 않습니다만, 매우 멋진 음악이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Jazz를 떠올리면 '자유'라는 단어가 같이 떠오릅니다. '카우보이 비밥'이라는 명작 애니를 보고 비밥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았고, 그 애니의 ost를 통해 재즈 음악을 접해왔던 영향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유튜브를 검색해 재즈 음악을 찾아 듣고 있습니다. 워낙 문외한이라 우선 재즈 명곡들을 먼저 들어보고 있죠. 물론 블루 자이언트의 ost도 같이 듣고 있습니다.
- 블루 자이언트
영화 속에서는 뜨거움을 넘어서는 열기는 오히려 파란색으로 느껴진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계점을 넘어서는 열정, 그게 블루 자이언트의 의미인 듯합니다. 다이가 색소폰 연습을 할 때 유독 파랗고 커다란 달이 강조되기도 하고, 팀 Jass의 공연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 화면은 파랗게 빛나기도 합니다. 붉은 열정을 넘어서는 푸른 열기,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한 저는 이렇게 영화 등의 매체를 통해 머리로 이해할 뿐입니다. 하지만 저뿐 아니라 우리들 대부분은 그런 순간을 간절하게 소망하고 있지 않나요? 모든 것을 하얗게 불태울 수 있는 깊고 깊은 몰입과 집중의 순간,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는 온전하고 완전한 그런 순간 말입니다. 그 대리만족을 비록 영화로밖에 경험 못하고 있지만, 바꿔 말하면 영화가 있어 대리만족이라도 할 수 있는 거겠죠.
- 맑눈광
유튜브 ost 댓글에 주인공 다이를 맑눈광이라고 표현한 분이 계셨는데, 그 글을 읽고 풉,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네요. 딱 맑눈광 캐릭터거든요. 인생에 그저 재즈 하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순수하고 열정에 가득한 맑은 눈의 광인.
영화를 보면서 실은 아주 약간의 거부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너무 전형적인 캐릭터라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90년대 스포츠물 주인공처럼 어떤 역경 앞에서도 굴하지 않으며 게다가 따뜻하고 순수하기까지 합니다. 가령 영화 속에서 다이가 자신들의 첫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길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전단지를 받아준 남자를 불러 세워 공연에 올 가능성이 몇 퍼센트인지 묻는데, 남자는 머뭇거리며 10%?라고 대답합니다. 이에 다이는 기쁜 얼굴로 감사하다고 말하며 자신들은 공연에 100%, 아니 200% 만족을 주겠다고, 그러니 꼭 오라는 말을 덧붙이죠. 저는 이 장면에서 오글거렸습니다. 사실 영화 자체의 스토리도 그렇고 표현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오글거리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저런 캐릭터가 진짜 있을까,라는 잡다한 생각들이 솟아났죠. 근데 지금 가만히 들여다보니 저는 질투를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들을 하고 있는 다이에게 말이죠. 2023년이어도, 혹은 2123년이어도 열정과 낭만과 순수는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게 인간에게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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