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감독 : 니콜라스 윈딩 레픈
출연 : 라이언 고슬링, 캐리 멀리건 등
러닝타임 : 100분
영화 포인트
① 멈추고 싶지만 멈추지 않는, 고장 난 심장의 엑셀레이터!
② 라이언 고슬링의 새로운 얼굴과 눈빛!
1.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그(라이언 고슬링 분)는 정비소에서 일을 하면서, 간혹 강도짓을 벌이는 일당들을 차에 태워 이동시켜 주는 일을 합니다. 그는 타고난 실력의 드라이버이며 말수도 적고 표정도 없는 냉정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그의 시야에 이웃집에 사는 아이린(캐리 멀리건 분)과 그녀의 어린 아들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그에게 더없이 소중한 존재가 됩니다. 그러나 감옥에 들어가 있던 아이린의 남편이 출소하면서 일은 틀어집니다. 감옥에 있는 동안 아이린의 남편은 빚을 졌고, 그 빚을 갚으라고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 일당들은 돈을 갚지 않으면 아이린과 아들에게도 피를 보게 해 줄 거라는 협박을 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일당들이 아이린의 남편에게 시킨 전당포 강도짓을 도와주겠다고 자처합니다. 또 한 번 드라이버가 돼주겠다는 것이죠. 수월하게 진행되던 강도짓은 결국 아이린 남편의 죽음으로 끝이 나고, 그는 백만 달러의 현금을 든 채로 도망을 갑니다. 그리고 이 사건 뒤에 폭력 조직과 마피아 간의 암투가 얽혀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아이린과 그녀의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입니다.
2. 이 영화,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 라이언 고슬링이 이런 배우였어?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길래 뭔가 묵직한 메시지가 깔린 영화인가 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 보고나서는 이 영화는 메시지보다는 영화적 구성, 스타일, 연기에 더 많은 점수를 준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줄거리는 별 게 없거든요. 우리가 너무나 많이 봐왔던 내용입니다. 비밀에 싸인 고독하고 냉정한 주인공이 있는데, 그 주인공은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범죄에 가담하고 있었고, 그 고독한 주인공에게 심장을 움직이는 누군가가 나타난 뒤로 주인공은 목숨을 걸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런 내용 말입니다. 칸 영화제 수상작이지만 하나도 어렵지가 않은 영화지요.
영화에서 주인공역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은 제게 라라랜드의 이미지가 큰 배우였습니다. 라라랜드에서도 고독하고 우울한 눈빛이 인상적이었지만, 이런 모습을 상상할 수는 없었습니다. 외모적으로 그는 전형적이고 모범적인 백인 상류층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그러나 이 영화에서 그는 초반에 표정과 감정을 절제하다가 중후반으로 갈수록 광기에 물듭니다. 특히 엘리베이터 안에서 광기에 휩싸여 상대편의 면상을 발로 곤죽으로 만들어버리다가, 자신을 괴물처럼 바라보는 아이린을 돌아보며 짓는 그 표정! 광기가 아직 여운처럼 머물러 있는 얼굴 위로 금방 울 것처럼 애절하면서도 뭔가를 호소하려 하는 듯한 눈빛, 표정. 아직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 어쩌면 우리가 보는 모든 영화는 변주된 사랑 이야기
과거가 어땠는지, 심지어 이름조차도 알 수 없는 그는 아이린과 그녀의 아들에게서 생전 처음 경험하는 사랑을 느꼈을 것입니다. 범죄 행위를 도울 때 그는 상대들에게 자신의 철칙을 말해줍니다. 차에 타고서 5분 동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들 옆에 있을 거라고, 하지만 5분이 넘어가는 그 순간부터는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 그가 아이린에게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녀의 아들과 함께 백만 달러를 들고 도망가라고, 필요하다면 자신도 같이 동행하여 보살펴주겠다고 말이죠. 이건 분명히 사랑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엘리베이터 씬에서는 또 하나의 멋진 장면이 있습니다. 난투극이 벌어지기 직전, 바로 옆에 있는 남자가 악당들과 한 패거리라는 것을 눈치챈 그 순간, 영화의 흐름은 느려집니다. 그는 옆에 있던 아이린을 자신의 뒤로 천천히 물러서게 합니다. 영문을 모른 채 뒤로 물러서는 아이린, 그리고 그가 뒤돌아 아이린의 입술에 다가가고 둘은 진한 키스를 나눕니다. 물론 옆의 악당을 기습하기 위한 행동이었으나, 그 장면은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 전갈과 개구리
영화는 다양한 OST로 넘칩니다. 주인공 그와 아이린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거의 대화란 게 없습니다. 말이 빼곡하게 나오는 건 악당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죠. 그래서 그 빈 공간 위를 음악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영화가 스타일리시하게 느껴지는 건 이 OST의 힘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등에 전갈 그림이 있는 점퍼를 입고 나오는데 영화 속에서도 전갈과 개구리에 대한 언급을 짧게 하기도 합니다. 전갈과 개구리 이야기, 전갈이 개구리에게 자신을 등에 태우고 강을 건널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는데, 개구리는 전갈에게 말합니다. 널 태우고 건너가다가 너의 독침으로 날 찌르면 어쩌냐고, 이에 전갈은 그럼 우리 둘 다 물에 빠져 죽게 되는데 그럴 리가 있느냐고 대꾸합니다. 하지만 강을 건너기도 전에 전갈은 개구리를 독침으로 찔러 결국 둘 다 물에 빠져 죽게 됩니다. 그리고 전갈은 말합니다. 이게 내 본성이라고, 말이죠.
그는 독침을 품고 있는 전갈같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비밀에 싸여 냉정하고 고독하게 홀로 살아왔었습니다. 분명 자신의 본성을 그는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린과 그녀의 아들을 위해 하는 그 모든 행동들이 더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그가 끝내는 아이린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전갈은 개구리 등에 올라타서는 안되었던 거라고, 그는 조용히 되뇌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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