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감독 : 김지운
출연 :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정수정, 전여빈 등
러닝타임 : 132분
영화 포인트
① 움직일수록 더욱 조여드는 거미줄, 예술을 위한 고군분투!
② 욕망은 예술을 낳고 삶을 움직이지!
③ 김감독! 그 마음 조금 이해할 것 같아요!
1.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70년대, 김열 감독(송강호 분)은 '거미집'이라는 제목의 영화 촬영을 끝내놓은 상황에서 꿈을 꿨고, 그 꿈에서 영감을 받아 이미 찍어놓은 영화 내용을 대폭 수정하여 다시 재촬영하려 합니다. 영화사 대표는 난감해하며 우선 심의 먼저 통과하고 그 뒤에 얘기를 해보자고 미룹니다. 영화사의 핵심 인물 미도(전여빈 분)는 김감독의 새로운 대본에 감동받고 대표가 일본에 출장 가 있는 사이 재촬영을 강행합니다. 어렵게 다시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불러 모으고 영화는 촬영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문공부 소속 공무원이 새로운 대본 때문에 찾아오고,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가 바뀐 대본에 항의를 하기도 하는 등 영화 촬영은 순조롭지가 않습니다. 김감독은 과연 영화를 완성시킬 수 있을까요?
2. 이 영화,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 예술은 욕망의 투영물, 삶은 그저 욕망 덩어리
김감독은 영화판에서 인정 받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전설적인 유명 감독 신상호의 조연출 출신인 그를 두고 사람들은 그의 첫 영화의 대본도 신감독이 쓴 것 아니냐고 비웃습니다. 그래서 김감독은 이번 영화 '거미집'을 반드시 성공시키고 싶습니다. 우여곡절에 좌충우돌의 연속인 재촬영 현장에서 절망한 김감독 앞에 죽은 신감독이 나타납니다. 신감독은 불타는 현장에서 끝까지 영화를 찍다가 사고사를 당한 사람입니다. 신감독은 김감독에게 영화를 위해 모든 걸 불태우라는 식의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집니다. 김감독은 거기에 용기를 얻고 다시 촬영 현장에 뛰어듭니다. 사실은 신감독이 사고사를 당하던 그 화재 현장에서 김감독과 영화사 대표는 각자의 욕망에 충실한 어떤 행동을 합니다. 그 행동은 그 두 인물의 현재를 만들었습니다. 김감독뿐 아니라 영화의 주인공들 역시 각자의 욕망을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영화 속 배역의 욕망은 현실에서보다 좀 더 명쾌하고 단순합니다. 당연하지요. 영화 속 배역들의 욕망은 시나리오 안에서만 기능합니다. 그래서 그 형태가 분석이 되고 정리가 됩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의 욕망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나의 욕망은 다른 인물들과 여러 상황들로 엮이고 얽혀 복잡해집니다. 심지어 나 자신조차 나의 욕망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이 영화는 김감독과 배우들의, 영화라는 예술을 위한 욕망 표현과 현실세계에서의 개인적 욕망 표출이 함께 진행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그 두 개의 욕망이 뒤섞여 버리기도 합니다. 예술은 현실과 동떨어질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 예술을 만드는 인간은 현실에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욕망이 예술로 투영되는 것은 인간이 발 딛고 서 있는 그 곳이 바로 욕망의 덩어리 그 자체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 블랙코미디, 지금도 그 때도..
영화는 앞에서 말했던 대로 좌충우돌의 상황이 연이어 펼쳐집니다. 송강호와 오정세, 전여빈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이 좌충우돌의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지요. 영화의 배경은 70년대인데 알다시피 그 당시에는 예술에 대한 심의가 당시의 정부 입맛에 따라 정해졌습니다. 공무원에게 어마어마한 권력이란 게 존재했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대에 김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완성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합니다. 공무원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고, 배우들을 달래주기도 해야 합니다. 영화 속 '거미집'이란 영화의 결말은 그로테스크한데 영화 속 인물들이 거미의 먹잇감처럼 거미줄에 칭칭 동여매여 집 천장에 매달려 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고 왜 하필 영화 제목이 거미집이었는지를 조금 이해했습니다. 자신의 욕망 때문에 꼼짝달싹 못 하게 된 처지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했지만, 예술이란 것이 얼마나 많은 것에 묶이고 매어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김감독의 입을 통해 이 비슷한 이야기를 한 부분도 있는데 실제 김지운 감독도 영화 속 김감독을 통해 속내를 내비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평론가들은 무조건 까내리고, 심의는 어이없으며, 제작에 드는 자본을 무시할 수 없고, 배우뿐만 아니라 영화 관계자들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거미줄에 걸린 날파리처럼 움직일수록 더욱 조여드는 그런 상황들 말입니다. 그리고 말이죠. 70년대와 지금 2023년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미집 같은 상황은 똑같을 듯합니다. 가볍게 웃으며 즐길 수만은 없는 블랙코미디는 지금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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