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박스
감독 : 수사네 비르
출연 : 산드라 블록, 존 말코비치 등
러닝타임 : 124분
영화 포인트
① 좀비로 가득하던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들 사이에서 신선한 소재로 치고 나온 영화!
② 오감이 다 중요하지만, 특히 시각이 차단될 때 더욱 가중되는 공포!
③ 산드라 블록은 언제나 제 몫을 다 하지!
④ 소설이 원작! 소설은 속편이 나왔는데 영화는?
1.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바랍니다.)
멜로리(산드라 블록 분)은 임신 중으로 아마도 남편과는 헤어진 듯합니다.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녀에게 여동생이 찾아오고 둘은 산부인과로 향합니다. 멜로리는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큰 애정과 기대를 품고 있지도 않으며 그 때문인지 아이의 성별도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여동생은 그런 그녀와는 반대로 활기차고 정이 많은 사람인 듯합니다. 여동생은 언니인 멜로리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던 멜로리는 분명 아까까지도 웃으며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던 평범한 여성이 병원 유리창에 머리를 들이박고 있는 장면을 봅니다. 병원에 오기 전 뉴스에서 방송하던 그 현상입니다. 사람들이 갑자기, 뚜렷한 원인도 없이, 자살을 하고 있다는 그 괴이한 현상.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멜로리는 눈앞에서 여동생이 트럭에 치여 죽는 걸 지켜봅니다. 다른 수많은 사람들도 공포에 휩싸입니다. 가까스로 도움을 받아 멜로리는 어느 집으로 들어가 숨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미 그곳에는 밖의 무언가로부터 도망쳐 들어온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알게 됩니다. 바깥에 돌아다니는 그 무언가를 보게 되면 죽는다는 것을. 그들은 집의 창들을 모두 가리고 두려움에 떱니다. 그 와중에 간절히 문을 두드리며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올림피아라는 임신부를 집으로 들이게 되고 그녀는 일부의 어떤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도 죽지 않은 채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강제적으로 보게 한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멜로리는 새가 그들의 기척을 알아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마트에 있던 새장을 가지고 돌아옵니다. 여러 가지 고초를 이겨내며 버티던 그들에게 또 한 남자가 찾아옵니다. 자신처럼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남자를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올림피아가 다른 사람들 동의 없이 그 남자를 집 안으로 들인 거죠.
올림피아와 멜로리가 거의 동시에 진통을 시작하고 아이를 출산합니다. 그리고 그때 집 안에 들인 그 남자는 본색을 드러내고 가려놨던 창문의 종이들을 뜯어내고는 집 안의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창 밖의 그 무언가를 보게 만듭니다. 그 무언가를 본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간신히 멜로리와 멜로리의 아기, 톰(트레반트 로즈 분), 올림피아의 아기만 살아남은 채 5년의 시간이 흐릅니다. 멜로리는 살아남기 위해 두 아이에게 이름도 지어주지 않습니다. 여자아이는 '걸', 남자아이는 '보이'라고만 부를 뿐입니다. 톰은 두 아이에게 희망을 심어주려 하지만 멜로리는 헛된 희망을 못마땅해합니다. 톰과 멜로리는 무전기를 통해 강 아래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공동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떠나려 하던 그때에 죽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그들과 마주치게 되고 톰은 멜로리 일행을 위해 자신을 희생합니다. 이제 멜로리는 눈을 가린 채로 작은 나무배를 타고 아이들과 함께 강을 따라가야 합니다.
2. 이 영화,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 살아남기 위한 투쟁
멜로리는 영화 초반, 잉태한 자신의 아기에게 냉소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멜로리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겉으로 드러내며 무너지는 여자가 아닙니다. 그녀는 나서야 할 때 숨어있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이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녀의 아이들에게도 이름을 붙이지 않는 건 아마도 그 무언가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말해주는 톰과 말싸움을 한 것도 아이들을 위해서였습니다. 지금의 이런 현실에서 달콤한 희망은 독이라고 생각했던 듯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눈 앞의 현실들을 똑바로 파악하고 헤쳐나가야 합니다. 그게 아직 5살인 아이일지라도. 아니,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더더욱.
톰이 죽고나서 멜로리는 아이들이 들을까 봐 울음소리를 억누릅니다. 자신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을 때 아이들이 두려워할 것을 아니까.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요? 그녀는 자신의 아이뿐만 아니라 올림피아가 부탁한 아이마저 사랑합니다. 그래서 급류를 앞두고 두 아이 중 한 명은 눈가리개를 풀고 배가 가야 할 방향을 말해줘야 했을 때, 멜로리는 결국은 두 아이 중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고 (더 정확히는 올림피아의 아이를 선택하지 않고) 셋 모두 눈가리개를 한 채로 급류를 맞이하기로 결정합니다.
- 버드 박스에서 풀려난 새들은 영원히 행복할 수 있었을까
결국 셋은 그 안전한 장소에 도착합니다. 그곳은 시각장애인 학교였고 시각장애인들과 살아남은 비장애인들이 어울려 지내고 있었습니다. 꽃과 초록의 나무로 뒤덮인 천국 같은 곳. 멜로리는 그제야 걸과 보이에게 그들의 이름을 알려주고 지금까지 작은 상자에서 그 무언가의 기척을 알려주던 새들을 그 천국에 풀어줍니다. 하지만 저는 그 마지막 장면이 결코 해피엔딩인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작은 구멍 몇 개만 뚫어놓은 상자에서 새들이 해방된 그곳은 그저 아직 바깥의 적들에게 발견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아직은' 안전한 장소일 뿐이죠. 지금 당장은 천국처럼 보이지만 그건 살아남은 사람들의 희망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약하기 때문에 언제나 '희망'을 꿈꿉니다. 그리고 또 동시에 강하기 때문에 희망을 꿈꿀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멜로리 역시 마지막에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희망을 기대합니다.
쇼생크 탈출의 그 대사가 생각납니다. "희망은 좋은 거예요.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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