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슬러
감 독 : 대런 애러노프스키
출 연 : 미키 루크, 마리사 토메이 등
러닝타임 : 109분
영화 포인트
① 영화 속 주인공과 그 역을 맡은 배우의 혼연일체!
② 제65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제66회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
③ 미키 루크를 보고 있으면 삶의 부침을 깨닫곤 하지!
④ 극 중 스트리퍼 댄서 역의 마리사 토메이도 참 매력적이었어!
1.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미키 루크란 배우는 한때 최고의 미남배우였다고 언급되는 걸 방송에서 몇 번 들었습니다. 사실 관심도 없었고, 방송에서 보여주는 젊은 시절의 모습이 참 잘 생기긴 했구나, 정도의 느낌만 가졌습니다. 그 후 이 영화를 통해 복귀한 미키 루크는 연기력을 인정받고 아이언맨의 빌런으로까지 캐스팅되며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받게 됐다고 합니다.
영화의 플롯은 단순합니다. 왕년의 최고 레슬러였던 랜디(미키 루크 분)는 대형마트 일을 하며 근근이 들어오는 프로레슬링 경기를 현역에서 여전히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활은 쪼들리고 낡은 트레일러 집은 제때 월세도 못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주 찾는 스트립댄스 클럽의 스트리퍼, 캐시디(마리사 토메이 분)는 말이 통하는, 매력적인 여자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으로 랜디를 손님 이상으로는 대우하려 하지 않습니다. 랜디는 프로레슬링 현장에서만큼은 모두에게 존경받고 인정받습니다. 관객들은 랜디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광하고 후배들은 그와의 경기를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각종 약물로 육체의 한계를 견디는 랜디는 어느 날 대기실에서 쓰러지고 이 이상 무리를 했다가는 심장이 못 버텨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됩니다. 그제야 랜디는 프로레슬링 경기를 접습니다. 왕년의 최대 라이벌과의 리매치를 앞두고 있었으나 그것마저 포기합니다. 수시로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직장 상사가 있는 대형마트에서 나름 성실한 직원으로서 최선을 다합니다. 캐시디의 조언대로 그동안 만나지 않았던 딸을 다시 만나, 방치하듯 외면했던 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던 랜디는 어느 파티에서 젊은 여자와 마약에 취해 격렬한 관계를 맺고 그대로 곯아떨어집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딸과의 저녁 약속 시간이 지나버린 뒤였습니다. 급하게 찾아간 딸은 이제 완전히 마음을 닫아버렸습니다. 이제 자신에게 연락하지도, 찾아오지도 말라고 합니다. 직장에서는 깐족대는 상사와 과하게 변덕을 부리는 할머니 손님이 있습니다. 간신히 화를 억누르던 랜디는 자신을 알아보는 어느 남자 손님으로 인해 결국 폭발합니다. 거의 난동 수준으로 마트를 엉망으로 만들고, 랜디는 예전에 포기했던 라이벌과의 리매치 경기를 다시 하겠다는 전화를 겁니다.
2. 이 영화,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 루저에게 건네는 위로
단순하고 무식하게 말하자면 랜디의 인생은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냥 딱 '루저'입니다. 경제적으로, 관계적으로 뭐 하나 번듯하게 가지고 있는 게 없습니다. 그저 프로레슬링 하나밖에 남은 게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레슬러로 경기를 뛸 수 있을까요? 게다가 이제는 경기를 뛰려면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젊음도, 그나마 간신히 유지하던 건강도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도 랜디는 결국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경기를 치릅니다. 왜냐하면 그게 그에게 유일하게 남은 단 하나였으니까요. 과거의 영광이었고, 현재의 버팀목이었으니까요. 그 안에 인생의 의미와 기회, 행복, 불행이 모두 녹아있었으니까 말입니다.
- 마지막 장면, 감동의 순간
영화의 마지막, 경기장에서 자신의 전매특허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랜디는 링 위로 올라섭니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합니다. 저는 랜디의 마지막 표정에서 살짝 소름이 끼쳤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도 마지막 장면을 가장 인상 깊게 꼽을 겁니다. 랜디의 모든 감정이, 그의 인생이 전부 담겨있는 듯한 미소와 눈빛. 슬프고 서럽고 두렵지만,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내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는 듯한 생동감과 열정, 환희.
미키 루크 자신도 젊은 시절 전성기를 누리다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얼굴에 큰 상처를 입고 그 후에 거의 영화계에서는 잊혔다고 합니다. 사적으로도 평탄치 못한 인생이었다네요. 영화 속 랜디와 거의 흡사한 인생을 산 미키 루크였기에 그토록 소름 돋는 연기를 펼쳤던 걸까요?
저는 랜디의 마지막 표정을 생각할 때면 늘 서글픈 감정이 앞섭니다. 아무래도 저는 아무런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그 순간의 환희로 웃음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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