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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가능성과 희망이 짓밟힐 때 당신이라면?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by 양GO 2023. 5. 22.

영화-포스터-여자가-파이프를-손에-들고-정면을-응시하고-있다

프라미싱 영 우먼

감    독 : 에메랄드 페넬

출    연 : 캐리 멀리건, 보 번햄 등

러닝타임 : 114분

영화 포인트

① 아직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행해지고 있는 범죄들! 가해자들은 그 댓가를 충분히 치르고 있는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등 수상!

③ 캐리 멀리건이란 배우의 평범한 듯 특별한 매력!
④ 결말은 속 시원하면서도, 슬프다!

1.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상'이란 건 커다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의미와 가치와는 전혀 별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유독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들에 지대한 관심이 생깁니다. 얼마나 잘 쓰여졌길래 상까지 받았을까?라는 기대감이지요. 이 영화도 그런 기대감을 안고 본 영화이며, 게다가 기특하게도 제 기대감을 충족시켜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술집에서 완전히 만취한 카산드라(캐리 멀리건 분)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커리어우먼 복장의 카산드라는 소파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며 흐느적거리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회사원인 듯한 남자들이 키득대며 흘끗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들 중 하나가 카산드라를 자신의 집으로 부축해 데려가 침대에 눕힙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예상 가능한 그런 불행하고 비참한 씬이 아닙니다. 포스터에도 대문짝만 하게 쓰여있듯 이 영화는 카산드라의 복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사불성의 상대를, 인사불성이라는 이유를 기회 삼아 노리개로 삼는 남자들에게 카산드라는 소름 돋는 밤을 선사합니다. 카산드라의 복수는 거의 매일 밤 이런 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그 복수는, 7년 전 술에 취한 채 같은 학교 남학생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그때 찍힌 동영상이 학교 전체에 퍼지자 결국은 자살을 택한 자신의 친구를 위한 것입니다. 방금 제가 쓴 하나의 문장은 자신이 같은 일을 겪은 여자라면, 혹은 자신의 여자 가족에 대입해 본다면 더없이 끔찍해 차마 끝까지 완성을 못 시킬 문장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가해자들은 그 당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대학교의 학장은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해했고 더군다나 가해자들을 두둔하며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영화 '한공주'를 보셨나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끔찍한 영화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옵니다. 집단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가족은 당당합니다. 오히려 피해자의 처신이 어떠했느니 언성을 높입니다.

성범죄를 다른 강력 범죄와는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것은 여전히 남아있는 남존여비 사상 때문일까요? 여자의 정조와 순결을 강조하여 은장도를 품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과부에게는 열녀문을 하사하는 유교의 오랜 영향 때문일까요?

밤 늦은 거리에서 난데없이 강도를 만나 칼에 찔려 중상을 입은 피해자에게 "왜 밤늦게 길거리를 혼자 돌아다니느냐?! 강도에게 범죄의 기회를 준 너한테도 잘못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요? 

간호사-복장의-코스프레를-하고-한-손에-주사기를-들고-있는-카산드라

복수로 남은 생을 살아가고 있는 카산드라 앞에 대학교 동창생 라이언( 보 번햄 분)이 나타납니다. 라이언은 소아과 의사로, 성실하고 반듯하며 따뜻한 남자입니다. 카산드라가 라이언과 사랑에 빠지며 영화는 달콤하게 흘러갑니다. 연애에 의욕과 의지도 없이 메말라있던 제가 보기에도 라이언은 매력적인 남자였습니다. 영화 초반의 심각한 분위기도 잊어버리고, 둘의 데이트를 보며 '저런 남자라면 나도 연애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후반부에 영화는 또 한번 흐름을 바꿉니다. '안돼! 설마!!'라는 말을 2번 내뱉을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지루하지 않은 영화이며 생각할 거리도 많은 영화이니 한번 꼭 보시길 추천드리는 마음에서 중요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2. 이 영화,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 전도유망한 젊은 여자

프라미싱 영 우먼(promising young woman)은 '전도유망한 젊은 여자'라는 뜻입니다. 앞으로 발전하고 성공할 가능성과 희망이 있는 젊은 여자. 지금도 어딘가에서 전도유망한, 어리고 젊은 누군가가 짓밟히고 있을지 모릅니다. 아니, 전도유망하지 않고 젊지도 않은 누군가가 유린당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한남충, 김치녀 등등 남자와 여자를 성별로 구분해 누가 더 차별을 받고 누가 더 우대를 받는지를 따지고, 상대를 서슴없이 비하하며 증오를 키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어느 특정 성별을 치켜세우며 상대 성별의 잘못을 극단적으로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본과 원칙 앞에서는 투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생명과 개체의 존엄에는 성별이 있을 수 없다고 믿습니다. 정당한 분노는 올바른 방향으로 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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