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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지금은 봄인가? 영화 '서울의 봄'

by 양GO 2023. 12. 3.

영화 포스터-두 명의 주인공 얼굴

서울의 봄

감독 : 김성수

출연 : 황정민, 정우성 등

러닝타임 : 141분

 

 

 

 

 

1. 영화 포인트

① "넌 인간 자격도 없어." 
② 리더가 왜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닫게 만드는 영화

2.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1979년 12월 12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군부세력의 반란이 일어납니다. 반란세력의 우두머리 전두광(황정민 분)과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고경비사령부의 이태신(정우성 분). 그날 밤 대한민국의 역사는 처참한 어둠 속으로 또다시 처박혀버립니다.

3. 이 영화,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 역사적 실화를 다루면서도 실명을 거론 못하는.

이 영화의 처음 시나리오에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시나리오에는 우리가 영화에서 봤던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인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전에도 종종 어떤 영화의 등장인물과 관련된 사람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몇 번이나 봤으니까 말입니다. 더군다나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당시에 어마어마한 권력자들이었습니다. 그 권력으로 모은 인맥과 부가 몇십 년이 지난 지금은 몽땅 사라져 버렸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저는 '정의'라는 것에 대해 이렇게 회의적인 사람이 되진 않았을 겁니다. 현재도 아마 대단한 부와 권력을 유지하고 있을 그들의 관계자들. 그래서 이 영화는 실명을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재치 있게 대응합니다. 실명을 못 쓰는 대신 이름 석자에서 한 글자 정도만 바꾸는 예의(?)를 갖춥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실화를 보여줍니다. 전두광의 트레이드 마크인 반짝반짝 빛나는 두피 분장을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이 영화가 실화 영화라는 걸 증명합니다. 게다가 영화 후반부에는 아마도 그()들에게는 영광의 훈장이었을 그들의 화려한 경력을, 한 인물 한 인물 대문짝만 하게 자막을 넣습니다. 우리가 아는 그 두 명은 대통령이었고 나머지들은 국회의원에 장관에 아주 반짝반짝 빛나는 경력이더군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엔딩크레디트 직전 그들의 실제 얼굴이 찍힌 단체사진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사실 영화를 보고 나면 실명을 쓰든 안 쓰든 상관이 없어집니다. 우리는 모두 이 영화가 실화이며 그들이 누군지 알고 있으니까요.

- 조직폭력배 연기의 달인, 황정민

영화를 보고나서 누군가가 황정민의 연기를 보고 머리 벗어진 정청, 이라는 표현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 황정민의 악역 연기는 더없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그중에서 영화 신세계의 정청이란 인물은 악연인데도 굉장히 매력적인  나쁜 놈이었습니다. 그 매력적인 나쁜 놈 정청은 황정민이었기에 가능한 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수더분하고 소탈한 면과 능글맞으면서도 잔혹하기 짝이 없는 다양한 얼굴을, 황정민이라는 배우는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세계의 정청은 정말  잔인하고 나쁜 인간인데도 결국 관객들의 마음속에 '멋진 놈'이라는 인상도 하나 더 각인시켰습니다. 

그런데 정말 솔직히 저는 이 영화의 전두광 이 쓰레기 같은 샊의 연기를 하는 황정민을 보면서 그냥 일차원적이고 단순하게 비열하고 나쁜 인간임을 강조하는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살짝 들더라고요. 하긴 연기 잘하는 이 배우에게 그런 단순한 연기를 기대할 수는 없겠죠. 그리고 그런 단순한 연기를 할 거라면 황정민이라는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았을 테고요. 그러니까 말이 이렇게 길어지는 이유는, 전두광이란 캐릭터를 황정민 배우가 너무 매력적이게 그렸다는 겁니다!!! 씨X!

전두광은 딱 하이에나 같은 인물입니다. 혼자서 사자 사냥은 못하지만 무리와 함께 있을 때는 사자조차 무시할 수 없는 맹수가 됩니다. 자신의 야욕을 위해 약삭빠르고 영리한 행보를 보이며,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어떻게 주물러야 하는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비열한 짐승.

이 매력적인 연기에 오히려 화가 났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머리 벗어진 정청, 전두광이라는 표현이 그리 나쁜 표현 같지도 않습니다. 정청이 영화에서 자신의 부하를 끝까지 믿고자 하는 인간적인 면을 보여줬어도 어쨌든 그놈은 잔인하고 비열한 조직폭력배의 두목이었을 뿐입니다. 자, 생각해 보십시오. 정청이란 인간이 영화 속에서가 아니라 실제 내 주변에 실존하고 있다면? 정청이 죽인 인물이 내 가족이거나 지인이었다면? 그때도 그놈한테 인간적인 멋진 놈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전두광은 실존 인물이었습니다. 정청이 죽인 인간은 많아봐야 백여 명 안쪽이겠지만, 전두광은 수백 명을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조직폭력배가 악질적인 것은 조직과 폭력이라는 두 시스템이 합쳐져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상명하복을 철칙으로 하며 두목과 형님이 곧 나 자신이 되는 조직이, 모든 상황의 해결 방안을 폭력으로 합의하고 일을 처리할 때, 거기서부터 바로 비극이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전두광과 하나회는 군부 내의 단순한 사조직이 아니었습니다. 저한테 그들은 조폭입니다. 조폭 두목과 똘마니들.

- 아.. 여전히 가슴은 답답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깊은 한숨을 몇 번이나 토해냈습니다. 우리는 이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습니다. 전두광의 마지막까지 알고 있죠. 대단히 오랫동안 편안히 장수하며 잘 살다가 얼마 전에 죽은 그는 끝내 그 어떤 사죄나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도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그동안 그 인간에게 무관심했으니까요.심장을 누군가 꽉 잡아 쥐고 있는 것처럼 내내 답답했던 이 영화에서 단 한순간 눈물과 함께 대리만족을 그나마 느꼈던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 후반부 이태신 장군이 전두광을 보고 넌 인간 자격도 없다고 말하는 부분. 이 영화가 전두광에게 직접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이며 우리 역시 그의 면전에서 해주고 싶던 말이었습니다. 그 말에 그동안 철면피였던 전두광도 조금 흔들리는 얼굴을 합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 사람 생전, 그렇게 흔들린 순간들이 제발 있었기를...적어도 인간이었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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